농작물 초토화하는 사막 메뚜기떼 대해부

거대한 사막 메뚜기떼가 동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지역 사람들의 삶과 농작물을 황폐화하고 있다. 이미 수십년 만에 최악의 사막 메뚜기떼가 출현했지만, 다가오는 우기로 시름은 깊어져만 간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 메뚜기떼가 지금보다 2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막 메뚜기떼는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됐나?

인터랙티브 외로운 사막 메뚜기

사막 메뚜기는 서아프리카와 인도에 걸친 건조한 지역에서 서식한다. 서식 지역은 30개국 1600만 제곱킬로미터( ㎢)에 이른다.

사막 메뚜기는 보통 조용히 홀로 생활한다.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은 몇년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따금씩 사막 메뚜기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180도 변신하기도 한다.

건기가 찾아와 초목지대가 줄어드는 곳 등에서 이들은 무리를 짓는다. 외로운 생활을 뒤로하고 군집해 '미니 괴물'로 변한다.

인터랙티브 외로운 메뚜기의 변신

사막 메뚜기들이 무리를 지으면 뇌에서 세라토닌이라는 물질이 분비돼 온몸에 퍼진다. 이는 메뚜기의 생김새와 행동에 변화를 준다.

사막 메뚜기는 몸의 색깔이 밝아질 뿐 아니라 행동도 더 빨라지고, 식욕이 왕성해지며, 극히 사교적이 된다.

군집 단계에 접어들면 사막 메뚜기는 무리를 짓고, 폭발적으로 번식을 한다. 이 메뚜기떼는 대규모 약탈집단으로 변해간다.

인터랙티브 사막 메뚜기떼와 초토화된 농작물

사막 메뚜기떼가 무리를 짓기 시작하면 최대 100억 마리가 수백 킬로미터를 가로지를 수 있는 규모가 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평균 규모의 사막 메뚜기떼도 한해 2500명이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을 파괴할 수 있다.

굶주린 사막 메뚜기떼는 동아프리카와 예멘, 이란, 파키스탄, 인도 등에서 무리를 키워가고 있다. FAO는 이들 지역에 '심각 단계' 경보를 내렸다.

이미 수십년 만에 최악의 사막 메뚜기떼를 경험한 케냐와 에티오피아, 소말리아는 전무후무한 위협에 처해있다. 메뚜기떼가 서아프리카까지 퍼질 위험도 있다.

하지만 사막 메뚜기떼는 몸집을 키워가며 중동과 파키스탄, 인도까지도 위협하는 상황이다.

FAO는 추가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가오는 우기에 남아시아에서 사막 메뚜기떼가 지금보다 2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홍수와 분쟁, 코로나19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냐 북부에서 사막 메뚜기떼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있는 알버트 레마술라니는 "코로나19에 더해 메뚜기떼로 이중 팬데믹이 닥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막 메뚜기떼는 자리를 잡으면 모든 것을 해치워버린다. 악몽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메뚜기떼가 이렇게까지 급증한 건 2018~19년 사이클론과 폭우 때문이다.

유엔(UN)에 따르면 남부 아라비아 반도에서 2년 전 형성된 습한 환경은 사막 메뚜기떼가 소리없이 3세대나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줬다.

여러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는 추가 대응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폭우로 사막 메뚜기떼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해당 지역에선 수확기가 시작되자마자 새로운 메뚜기떼가 알을 까고 나오기 시작했다. FAO는 이같은 상황이 이미 절망적인 식량난을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FAO는 사막 메뚜기떼 번식을 막기 위한 자금을 조성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막기엔 이미 늦은 지역들도 생겼다.

케냐 북부 지역의 농부들은 이미 사막 메뚜기떼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레마술라니는 "하루에 5~10무리의 사막 메뚜기떼가 찾아온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 삶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케냐 정부와 함께 메뚜기떼에 대응하는 자원봉사팀을 이끌고 있다.